인간은 상대방의 성향을 읽고 그 생각을 예측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상대방을 예측하고 원하는 결과를 유도하는 등 많은 장점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상대방의 생각과 심리를 예측하거나 분석하는 기법도 등장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네 개의 알파벳으로 인간의 성격을 정의한 'MBTI'다.
MBTI는 스위스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이 1921년 발표한 심리 유형론을 바탕으로 발전한 성격 유형 검사 도구다. 인간의 성격을 외향(E)과 내향(I), 감각(S)과 직관(N), 사고(T)와 감정(F) 등 6가지 기준으로 나눠 분류하는 것이다. 에너지 방향이 외면과 내면 중 어느 방향으로 향하는지, 정보인식 상황에서 구체적 경험을 기반으로 하는지 또는 직관에 의존하는지 등을 판단하게 된다.
미국에서 검사도구화된 이 기법은 이런 판단을 위한 총 93개 항목을 통해 각각의 성향 가운데 자신과 가까운 알파벳 4개를 조합하며 이는 각기 다른 총 16가지 결과로 나온다. 최근 MBTI는 일종의 문화로 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내에 성격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명료한 해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상생활은 물론 조직사회에서도 자신을 나타내거나 상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되는 추세다.
재미있는 테스트 모음
다만 이러한 활용에 있어 과학적 근거가 매우 미흡하다는 점은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과학계는 각기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는 데 따른 다양한 상호작용과 이에 따른 개별적 반응에 따라 성격이나 행동을 유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이런 점에서 MBTI는 혈액형을 기반으로 성격을 판단하는 '우생학'과 유사점을 보인다.
혈액형 성격설은 카를란트슈타이너 박사의 혈액형 첫 발견 이후 독일의 우생학자 에밀 폰 둥게른 박사가 연구논문을 통해 혈액형에 따른 인종 우열도를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이를 토대로 혈액형과 성격 간 상관관계 억측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신뢰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혈액형은 항원항체 반응의 일종으로 개인의 성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 밝혀졌다.
MBTI 신뢰성을 판단하기 위한 대표적인 예로는 '일란성 쌍둥이'가 있다. 쌍둥이의 뇌구조는 기본적으로 유전적 유사성을 보이지만 뇌 각 부위의 활동에서는 환경적 영향이 매우 크다는 보고가 이미 뇌과학계를 통해 입증됐다. 더욱이 성격을 관장하는 뇌는 그 형태나 기본 기능을 위한 구조는 같지만 실질적인 기능을 하기 위한 네트워크 분포도는 사람마다 다른 뇌 지문 특성을 지닌다.
즉 인간의 성격 유형은 사회적·환경적 상호작용을 통해 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정적 결과물로서 통계학에 가까운 MBTI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임상 현장 등에서는 MBTI가 아닌 다른 인성검사 도구를 활용한다. 정신병리 진단을 위한 대표적인 검사인 MMPI 등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건강관련 테스트 모음